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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걸음

첫 걸음

by 민자이 ( Ja.e ) 2021. 3. 26.

어릴 적부터 그림을 좋아해서 각각 웹툰작가/일러스트레이터가 된 친누나 2명을 둔 나는 자연스레

"나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야지!"

라는 생각으로, 20살에 지방대의 축구와 관련된 학과에 진학했다.

 

학교에 가는 걸 귀찮아하는 내 친구들과는 달리, 좋아하는 걸 배운다는 생각에 나는 대학 수업들이 너무 즐거웠다.

나름 열정적으로 학과 생활을 이어나갔던 나는, 단기간 파견이지만 대한축구협회 유소년 팀에 머무르기도 했고 대규모의 컨퍼런스에 대학팀 대표로 참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졸업시기가 되고 취업시기가 다가오자, 나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내가 꿈꾸는 직종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들도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여러 활동들을 해보면서 내 성향과는 안 맞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점점 머리 속을 지배해나가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내 졸업시즌은 코로나가 가장 심한 시기였기때문에 상황이 더욱 좋지 않았다.

 

결국 나는 코로나와 함께 흐지부지 졸업을 하게 됐고, 무언가 목표를 잃어버린 느낌에 집에만 틀어박혀 한동안 쓸모없는 시간 낭비만 하며 허송세월을 보내기 시작했다.

 

27살,
취업하는 친구들도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하는 시기에, 내 마음 속 위기감과 조바심은 점점 커져만갔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취미로 하던 영상편집을 특기로 살려서 유튜브 편집을 시작했지만 의뢰자분의 변심에 2달도 채 되기전에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점점, 자존감은 바닥 끝까지 추락해갔다.

 

코로나로 인해 집안 사정도 안 좋아지면서, 부모님들께서는 주말도 없이 일을 하러 나가기 시작하셨다.

집에 오면 녹초가 되셔서 힘들어하시는 모습을 보니, 철이 없던 나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공학적인 지식은 없었지만, 평소에 IT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이 시기에 우연히 유튜브에 있는 파이썬 강의를 보게 됐고 기초적인 함수들에 대해 알게 되었다.

 

2시간 가량 홀린듯이 강의를 보던 나는, 모든 함수들을 익히기보단 지금까지 배운 함수들로

"간단한 기능이라도 만들어보자!"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서,

 

- print와 random을 이용한 로또번호 추첨기

- print/random/if/input을 이용한 식사메뉴결정 알고리즘

을 바로 만들어보았다.

 

random기능만을 이용해서 중복번호가 나올수도 있는 로또 번호 추첨 기능인데다가, 식사 메뉴 알고리즘은 input에 따라 if 선택지만 무수히 많이 만들어낸 기능이라 남들에게 보여주기는 부끄러운 퀄리티였지만..

앉은 자리에서 노트북 하나만으로 나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에 나는 새로운 설레임을 느꼈다.

 

다음 날, 뭔가 더 복잡한 기능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웹 크롤링'예제 강의들을 보며 똑같이 따라 만들어 보기 시작했고 5~6시간동안 하루종일 붙잡은 끝에 내가 검색한 키워드의 이미지 파일을 자동으로 전부 저장시키는 기능을 완성해냈다!

 

비록, 남이 만든 코드를 거의 비슷하게 따라하는 수준이었지만 자동화의 원리에 대해 알게된 그 느낌이 너무나도 좋았다.

 

위기감, 불안감에 가득차있던 나는 새로운 설레임이 느껴지는 분야를 찾게 되면서, 개발에 대한 동기부여로 가득차게 되었고 이 날부터, 눈 뜨고 다시 잘 때까지 매일매일 코딩에 대한 글과 영상만을 보기 시작한 것 같다.

 

그러던 중, 내가 이 블로그를 시작하는 계기가 된 한 개발자분의 영상을 보게된다.

 

'無스펙, 지방대, 비전공자'

 

뒤늦게, 제로베이스의 상태에서 개발자란 직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나에게 당연히 호기심을 가지게 해주는 썸네일이었다.

'비전공자는 SI업체에 가서 노예같이 굴려지기만 한다'는 뉘앙스의 글들을 많이 봐왔고,

나 역시도 '대학교에서부터 열심히 공부한 사람들보다 훨씬 늦게 시작한만큼, 고생하는 건 당연하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그걸 버틴다한들,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하는 의문도 있었다.

 

하지만, 영상 속의 개발자 '동욱'님은 나와 비슷한 상황에서 '꾸준함'이라는 능력으로 당당히 배달의 민족 리드 개발자까지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의미없이 시간만 채우는 자기만족식 공부'보다는 '짧은 시간이라도 확실하게 꾸준히 해나가는 공부'를 추구하시는 모습이었는데 '꾸준함'을 들이는 습관 중 하나로 '1일 1커밋'을 계속 해오셨다고 한다.

그 외에, 블로그에도 꾸준히 자기의 생각이나 경험들을 글로 기록해오셨다고 하는데 삶을 대하는 태도나 가치관 등 많은 부분에서 개발자로써 내가 가야할 방향에 부합하시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억은 잘 흐트러지기에 기록으로 남겨야한다'라는 말씀에 특히 크게 공감했는데, 사실 이 때까지의 나는 기록의 중요성은 느끼면서도 제대로 실천해오진 못 했었다.

 

하지만, 오늘 위 영상을 다시 한 번 보면서 다짐했다.

 

'미루지말고 지금부터 바로 기록해나가자, 그리고 10년 뒤의 내가 봤을때 자랑스러워 할 만큼 꾸준히 걸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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